"차세대 산업 한국 중요성 커져…韓美 통상정책 가교 역할 할 것"

입력 2023-06-06 17:34   수정 2023-06-07 00:17

“2017년 9월 1일 주미대사관에 상무관으로 부임한 첫날부터 8개월 동안 매일 지옥 같은 하루를 보냈죠.”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6년 전 미국에 입국한 첫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파기하겠다”고 발표해 한·미 양국 통상 담당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3일 앞두고는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여 전 본부장은 “당시만 해도 한국을 비롯해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위상이 높지 않았다”며 “6년 만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경제통상 전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상주 선임위원으로 영입한 여 전 본부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세계 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시기”라고 했다. “지난 6년 동안 미국 통상정책의 핵심축이 동아시아로 옮겨졌고 미·중 갈등은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 전기자동차, 2차전지 등 차세대 핵심 산업에서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강조했다.

여 전 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행정고시(36회)를 거쳐 공직에 진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정책관·통상정책국장·통상교섭실장 등 통상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유럽연합(EU)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미 FTA 개정 등의 협상에 참여한 통상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신남방·신북방비서관,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맡았다.

PIIE가 여 전 본부장을 영입한 것은 한국 통상 전문가의 시각이 필요해서다. PIIE는 글로벌 싱크탱크 중 국제경제, 통상, 거시경제 연구에 특화한 연구소로, 각국 정부가 통상정책을 수립할 때 PIIE의 보고서를 참고할 정도로 신망받는 싱크탱크다. PIIE의 전신은 닉슨 행정부 상무부 장관을 지낸 피터 피터슨 블랙스톤그룹 회장이 1982년 설립한 국제경제연구소(IIE). 조순 전 경제부총리와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 등이 IIE의 초빙연구원을 지냈지만, 정규직 연구원으로는 여 전 본부장이 한국인 중 처음이다.

그는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경제 틀 안에서 미국과 한국 간 산업·기술·통상정책 협력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급망과 산업정책, 반도체, 인공지능, 2차전지 등 핵심 기술산업에 미국 정부의 개입이 강해질 것”이라며 “앞으로 5년이 한국 경제에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에 한·미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찬 순간으로 2021년 한·미 정상회담 때 백신 확보를 위해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체결 아이디어를 성사한 것을 꼽았다. 그는 “이전 세대의 희생 덕에 한국은 매력적이고 부강한 나라가 됐기 때문에 이제 한국에서 쌓은 경험과 유산을 품고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글=민지혜/구교범 기자, 사진=강은구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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